서울·인천·제주교구 벗들, 인천서 제2회 전국대회 개최
50여 개 본당 490여 명 참여...교구별 생태 지킴 활동 공유하며 연대
정신철 주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10월 9일 오후 인천교구청 마당에는 제주산 메밀로 만든 빙떡과 전통 발효음료 쉰다리, 재사용 종이로 만든 냄비받침, 직접 재배한 매실로 만든 청과 천연비누 등이 부스마다 놓였다. 어린이들이 꾸민 부채와 생태환경 활동 소식지도 전시됐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하늘땅물벗의 제2회 전국대회 현장이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찬미받으소서”, 91항)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서울·인천·제주교구 등 50여 개 본당에서 회원 49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각 본당의 생태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친환경 체험 부스와 생태 영성 강의에 참여했다. 이어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생태 사도직의 의미를 되새겼다.

10월 9일 인천교구청에서 열린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 현장. 하늘땅물벗 벗님들이 직접 마련한 친환경 한마당 부스에서 다양한 생태 체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민기 기자

하늘땅물벗은 1991년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모여 시작한 교회 환경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생태적 회개와 창조질서 회복을 실천하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서 2016년 창립됐다. 이듬해 서울대교구에서 인준받은 뒤에는 인천교구와 제주교구 등으로 활동을 넓혔다. 2023년에는 교구 간 연대를 위한 한국협의회를 결성하고 2024년 서울에서 첫 전국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대회를 열었다.

‘직접 기르고 다시 쓰고’ 전국 벗들 생태 실천 한자리에

이날 전국대회에서는 각 본당의 벗들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벗들과 함께 준비한 다양한 부스를 운영했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와 천연비누·세제 등을 나누고, 재활용품을 활용한 생활용품과 “찬미받으소서” 필사본을 전시했다. 친환경 생태 퀴즈와 재사용 실타래 팔찌 만들기 등 체험 활동도 마련해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태적 삶을 서로 나눴다.

아침 일찍 제주에서 올라온 제주교구 ‘틀낭벗’은 제주산 메밀로 만든 빙떡과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전통 음료 쉰다리를 선보였다. 이소민 반석벗(로사, 회장)은 “지역에서 나고 자연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가치가 담긴 전통 식품 등을 나누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 구파발 성당의 어린이 하늘땅물벗 ‘탄소포집벗’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부채 들고 다니기 운동을 소개했다. 어린이들이 직접 꾸민 부채와 활동 소식지를 전시하고, 어른 벗 모임인 ‘파발벗’과 함께 본당 태양광 발전시설을 소개하는 퀴즈도 진행했다.

지난해 창립한 탄소포집벗에서는 현재 어린이 33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본당에서 물과 전기 절약을 위한 포스터 대회를 열고, 인근 구파발천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생태보전 활동을 이어 왔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기후정의 거리미사와 행진에도 참여했다.

10월 9일 인천교구청에서 열린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 현장. 서울대교구 구파발 성당 ‘탄소포집벗’ 어린이 벗님들이 에너지 절약 운동을 알리는 부채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민기 기자<br>
10월 9일 인천교구청에서 열린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 현장. 서울대교구 구파발 성당 ‘탄소포집벗’ 어린이 벗님들이 에너지 절약 운동을 알리는 부채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민기 기자

탄소포집벗 2기 단장 정아인 어린이(플로라)는 “내가 사랑하는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게 좋았다”며 “친구들과 같이 활동하면서 환경을 위해 일하는 게 어렵다는 것도 느꼈고, 그만큼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부단장 최지안 어린이(그레이스)도 “성당 선생님들과 언니, 오빠, 동생들이 함께 지구를 지킬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올해 새로 생긴 서울대교구 거여동 성당의 ‘나비벗’은 천연 면직물인 강화 소창으로 만든 행주에 수를 놓아 선보였다. 지난해 생태영성학교를 다닌 후 나비벗을 창단해 활동하게 된 이애심 일벗(레지나, 총무)은 “평소 ‘나 하나로 되겠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다 함께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고 자연을 위하자는 마음이 느껴져 힘이 났다”고 대회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인천교구 영종 성당은 15개 단위 벗, 회원 130여 명이 활동하는 대표적인 하늘땅물벗 활성화 본당이다. 이번 대회에는 14개 단위 벗이 참여해 8개 부스를 운영했다. 회원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과 천연비누를 판매하고, 폐현수막으로 만든 앞치마와 쓰레기를 줄인 꽃다발을 선보였다. 영종도 갯벌에 사는 작은 생물들을 소개하고 농산물로 만든 제품도 판매했다. 영종 성당 생태환경분과장 심일진 씨(에밀리아)는 “벗님들이 직접 친환경적으로 농사지은 것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종 성당에서는 하늘땅물벗 회원들이 중심이 돼 매달 마지막 주말 직접 재배한 농산물 등을 나누는 장터도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본당 너머 지역사회와 함께 연대하는 생태 사도직

교구별 활동 발표에서는 지난 2년간 하늘땅물벗의 성장과 활동 성과가 소개됐다. 발표에 따르면 현재 서울·인천·제주교구와 일부 연계 교구를 합쳐 단위 벗(기본 조직) 127개, 1170명 이상의 벗님(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2024년 첫 전국대회 당시 89개였던 단위 벗은 2년 사이 38개 늘었다.

활동 영역도 본당 안팎으로 넓어졌다. 지난 2년간 서울대교구는 지역 환경운동과 연대해 탈석탄·탈핵 활동, 기후정의행진과 생태순례 등에 참여했다. 인천교구도 텃밭 가꾸기와 벼룩시장 등 일상 속 생태 돌봄 실천뿐 아니라 해양쓰레기 수거, 부평역 앞 기후위기 팻말 운동, 삼척 석탄발전 반대 집회 등에 동참했다. 전체 31개 본당 중 절반이 넘는 17곳에 단위 벗이 설립된 제주교구는 교구 차원의 제주대회와 해안 쓰레기를 함께 줍는 플로깅 미사 등 신자들이 함께 지역 생태계를 돌본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진 생태 영성 강의에서는 수필집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인 노틀담수녀회 조경자 수녀(마리 가르멜)가 ‘땅을 벗 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화도에서 17년째 농사를 짓는 조 수녀는 수확량보다 땅의 회복을 우선하며 농사 방식을 바꾼 경험을 나눴다. 그는 밭의 작물과 땅에 사는 미생물을 위한 터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밭의 형태를 바꾸며 “다양한 생명이 서로를 도우며 상생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10월 9일 인천교구청에서 열린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 현장. 노틀담수녀회 조경자 수녀가 교구청 보니파시오 강당에서 생태 영성 강의를 하고 있다. ⓒ이민기 기자<br>
10월 9일 인천교구청에서 열린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 현장. 노틀담수녀회 조경자 수녀가 교구청 보니파시오 강당에서 생태 영성 강의를 하고 있다. ⓒ이민기 기자

조 수녀는 땅과 물, 작물과 인간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하며, 하늘땅물벗이 생태 위기 속에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과 실천 사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지난 1일 열린 기후정의 국제 콘퍼런스에서 다른 종교인들도 “찬미받으소서”를 기후위기 대응의 기본 지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생태환경 문제에 깊은 공감대와 연대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는 11월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언급하며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정부나 지도자들이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으고 실천할 때, 우리의 신앙 감각 안에서 분명히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녹색 순교를 위한 생태 사도직, 전국으로 확산되길”

전국대회 파견미사를 주례한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강론에서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에 속하므로 끊임없이 상호 작용을 합니다”라는 “찬미받으소서” 139항을 인용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주교는 일상에서 작은 불편을 감수하며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것을 ‘녹색 순교’라고 표현하며 하늘땅물벗 회원들의 활동을 격려했다. 또 이번 전국대회가 서로의 활동을 격려하고 생태 사도직을 이어 갈 힘을 얻는 자리라며, 앞으로 더 많은 교구로 하늘땅물벗이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늘땅물벗 한국협의회 담당 이재돈 신부(세례자 요한, 서울대교구)도 생태 사도직의 전국적 확산을 당부했다. 이 신부는 하늘땅물벗이 교구별로 인준받아 활동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서는 아직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공식 인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벗님들이 생태 사도직을 지속하고 더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월 9일 인천교구청에서 열린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 현장. 파견미사를 마친 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와 사제단, 하늘땅물벗 벗님들이 교구청 보니파시오 강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민기 기자<br>
10월 9일 인천교구청에서 열린 제2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 현장. 파견미사를 마친 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와 사제단, 하늘땅물벗 벗님들이 교구청 보니파시오 강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민기 기자

한국협의회는 이번 대회 폐막식에서 제3회 하늘땅물벗 전국대회가 2028년 제주교구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실 담당 현요안 신부(요한)는 “2년 뒤 제주의 경이로운 자연을 여러분과 함께 느끼고 싶다”며 차기 대회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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